이상한 곳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혼자만 덜렁 서 있었다. 다리오가 보고 싶었다. 넓은 들에 아무것도 없는 광경이 제법 을씨년스러웠다. 그러면서도 구름 한 점 하늘은 새파란것이 어딘가모르게 친숙함을 불러오는 곳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무얼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가까이에 작은 개울이 보였다.손을 담그니 손끝으로 차갑게 닿는 물이 제법 기분이 좋았다.
건널까.
정하고 나니 작은 개울을 건너는데에 망설임은 없었다. 가로질러 건너간 다음에야 뒤돌아본 저편에 익숙한 창이 꽂혀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아래에는 제 마상창이 땅에 뉘여져 있었다. 그제서야 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저것은 경계였다. 그리고 저편에서 올려다본 하늘의 광경이 무엇이었는지 생각났다. 언젠가 강습을 위해서 각력으로 있는 힘껏 지면을 박차고 떠올랐을때에 마주해 가슴에 담아 두었던, 그 날의 하늘이었다. 연달아서 불씨가 피어오르듯 흐릿하게 마지막 기억이 떠올랐다. 화약의 향, 울부짖는듯한 비명소리, 하늘에 흩날리는 재들. 그것이 마지막으로 목격한 광경이었다. 그런가. 이곳이, 저 하늘이, 저 강에 닿고 있는 부분까지가 로라스라고 하는 인간의, 삶의 끝이었다. 강을 건너 버린 자신은 저편으로 되돌아 갈 수 없었다.
알베르토가 딛고 서 있는 이곳은 초입이었다. 더 안쪽으로, 저 너머로 가면 그를 기다리는 또 다른 것이 있을 터였다. 그러나 내키지 않았다.
한참을 헤메다가 무작정 강을 건넜다. 이미 건너 버린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다리오가 지금과 같은 광경을 목도하게 된다면 그 역시 훌쩍 강을 건너 버릴 것이 분명했다. 자신은 모르겠지만, 다리오가 일찍 세상을 뜨는 것은, 그곳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대단한 손실이라고 생각했다. 다리오는 그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조금만 여유를 갖고 기다리기로 했다.
단 한번이라도 그를 만류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할 일이었다. 모두를 위한 길이기도 했다. 그를 마주할수 없는 것은 다소 아쉬운 일이었지만, 기다리는 시간마저도 사랑스러울 시간일 터였다. 이미 강을 건너버린 자신에게 시간은 많았다. 아득할정도로 많았다. 다리오에게 세계가 허락한 시간을 모두 보내고 그 후에서야 자신의 시간을 약속해도 될 정도로 시간은 많았다. 다리오는 바보같이 서둘러 따라올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 뜻 정도는, 알아 줄 사람이었다.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강 저편, 다리오의 투창 밑에 뉘여져 있던 제 마상창이 손에 쥐어져 있었다. 조금 높은 언덕 위에 그것을 비스듬히 꽂고 개울 근처의 바위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