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 솔즈님의 그 가을 날
#멘션한_트친의_글을_내_문체로_써본다
성당에서 나오자 일어나는 변덕에 평소와는 다른 길로,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두었다.
어느새 끝이 조금 매서워진 바람은 아이들이 맞기에는 염려스러울 만한 것이 되어 있었지만 성인이 맞기에는 글쎄, 나쁘지 않은 듯도 했다. 고개를 슬며시 들면 계절이 지나 한창때를 지나쳐버린 나뭇잎들이 사방팔방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일견, 요란함으로도 보이는 광경이었지만 그것은 결국 모든 것이 끝나기 직전에 오는 아주 잠깐의 소란이라는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평소라면 귀찮음과 함께 날려버렸을 것을 가만히 두었다.
드물게도 하늘이 맑았다. 순식간에 그 하늘에 안개가 가득 들어차는 것 같은 착각이 그려내는 전장을 떠올렸다. 죽음이 머무르지 않는 공간. 서로의 욕망은 선명하게 남더라도 이해관계에서는 한순간 멀어지는 곳에서, 바로 그 곳에서 자신의 모든 이상을 펼쳤었다. 모든 것을 덜어내고 그 한순간 하늘을 보며 도약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곳이었다. 안개가 가져다주는 조금 특별함을 염두에 두더라도 그 전장이 가장 자신있게 뛰어오를 수 있는 곳이었다.
약속한 기한이 다 되자 자신만이 쓸 수 있었던 물건들은 미련없이 그곳에 남겨두고 떠나왔다. 미련이 남아버린 물건들은 조심스럽게 남겨 두었다. 연인의 손을 거쳤던 갑주와, 기억하고 싶은 물건 몇 가지었다. 갑주는 조심스레 저택에 옮겨 두었고, 반지한 쌍은 언제고 코트 안의 주머니에 항상 들어 있었다. 이곳에 올 적에 구입했던 장갑은 어느세 다 헤져서 자신의 상징처럼 되어 있었다. 그 낡은 장갑과 함께, 홀로 이 거리에 서 있었다.
생사가 걸려있는 갈림길이라고 해도 명예를 택하는 것은 주저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 길고 긴 분쟁이 끝나게 되더라면 영원히, 미련 한 점 남기지 않고 호젓한 한 때를 보낼 만한 사람으로 많이 꼽히고는 했었다. 마침내 찾아든 그것은 분명 안식이었지만, 영원한 안식은 아니었다. 언젠가는 그 창을 갈고 닦았던 아틀라티코 드라군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실제로, 그곳으로 돌아갈 채비는 마친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기다리고 또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는 이유는 어느새 한 줌 남아버린 미련이 발목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떠나기 전에 그를 보고 싶었다. 헛된 욕심이라도 좋으니 단 한번만. 그를 볼 수 있다면.
주머니 안이 그것이 늘 있어야 할 자리라는 것처럼 손 끝에 닿아오는 금속을 살그머니 매만만지다가, 바람과 함께 다시 그러쥐고는 품 안에 넣었다.